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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정보] 사료를 거부한 쥐가 종근당에 준 선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10-02 10:42
조회
7437
사료를 거부한 쥐가 종근당에 준 선물
[케이스 스터디] 목표 효능 벗어난 부작용은 또다른 기회

2011년 3월 미국 제약 연구저널인 'R&D Directions'가 글로벌 100대 혁신신약으로 선정한 CKD-732(성분명 벨로라닙)는 비만쥐가 종근당에게 건네준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고도비만 치료제로 개발중인 CKD-732는 현재 미국 자프겐사가 호주에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중인데, 최근 이 과정에서 유전성 비만 질환인 프래더-윌리증후군(PWS)에도 치료효과가 있음이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

2009년 미국 자프겐사에 기술수출한 종근당은 CKD-732가 임상시험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신약으로 나와 판매되는 만큼 로열티를 받게 된다. 원료 공급으로 인한 수익과 함께 보유한 한국 판권으로 종근당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둘것으로 전망된다.

요사이 주목받는 CKD-732라지만, 전임상 동물실험(비임상실험)단계에선 폐기처분될 뻔 하기도 했다. 목표한 효능대신 '심각해 보이는 부작용(Sideeffect) 때문이었다.

▶'아바스틴' 같은 항암제를 노렸다=당시 종근당 신약연구소는 곰팡이(Aspergillus fumigatus)의 발효대사산물을 분리정제해 푸마질린(fumagillin)을 얻고, 3단계 반합성 과정을 거치는 등 푸마질린의 구조를 일부 변경시켜 독성을 최소화한 물질(CKD-732)을 개발했다고 2004년 6월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에서 발표했다. 이 물질은 약 200개 유도체 중 약효 및 혈관내피세포에 선택성이 가장 뛰어나고 물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선정된 것이다.

이 시기는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항암제 아바스틴(로슈)이 FDA로부터 신약으로 승인 받아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항암제 개발 연구가 뜨거웠던 시절. 이미 1990년대 초 푸마질린계 물질이 암세포 주변의 혈관신생을 막는다는 선행 연구도 나와 있었다.

푸마질린을 확보한 종근당은 당연히 이를 항암제로 개발하려 했고, 결국 2008년 1월23일 당시 식약청(현 식약처)에서 이 물질에 대한 임상 1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임상시험 제목은 '표준요법에 실패한 전이성 또는 진행성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CKD-732주와 옥사리플라틴 및 카페시타빈의 병용요법시 안전성 및 내약성 확인'이었다. 병용요법제로서 타진이었지만 어쨌든 항암제 개발을 목표한 것이었다.

▶비만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전임상시험=종근당 연구소는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항비만 효과를 타진하는 전임상 동물실험(비임상)도 수행중이었다. 암세포나 비만세포는 성장이 빠른데, 이들 세포에게 혈액과 영양분을 충분히 실어나르려면 새로운 혈관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혈관신생의 필요성이라는 면에서 암세포와 비만세포는 사촌지간인 셈이다. 당시 푸마질린계 물질이 항암은 물론 항비만에도 효과가 있다는 선행 연구는 있었지만, 난제는 푸마질린계 물질의 독성이었다.

종근당 연구원들은 '비만 마우스'를 통한 항비만 효과 실험의 데이터를 보고 매우 실망했다. CKD-732를 투여받은 피험 마우스들이 사료를 먹지 않는데다, 체중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었다. 실험은 그것으로 스톱됐다. 연구진은 또다른 질병에 치료 가능성을 품고 있는 부작용(side effect)이라기보다, 약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adverse)으로 판단했다. 씁쓸하게도 이같은 결과는 논문으로 발표됐다.

▶자프겐사로부터 온 반가운 소식=현 종근당 효종연구소 김달현 이사는 "논문을 접한 미국 자프겐사 고위 연구책임자가 종근당 연구소를 방문해 상세한 전임상 자료를 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다. 이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에서 당뇨와 비만을 연구했던 인물로 데이터를 보곤 희망적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미국에서 건너온 관계자는 "마우스가 사료를 거부하고 체중이 준 것은 CKD-732가 지방을 태워줌으로써 마우스가 이를 에너지 원으로 사용한 때문"이라며 "연구소가 보유한 데이터는 틀리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데이터를 본 관계자는 그러면서 "CKD-732가 지방합성을 억제하고 분해를 촉진하는 작용이 강렬하다"고 평가했다. 이 물질과 관련된 기술수출은 우연처럼, 필연처럼 이렇게 성사됐다.

▶신약개발은 그래서 노하우의 축적이다=2014년 관점에서 보면 종근당 연구소는 전임상 데이터로부터 화수분같은 가능성을 충분히 읽어냈을 것이라고 국내 신약개발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글리타존계 당뇨신약 '듀비에'를 개발하는 등의 역량으로 볼 때 즉시 정답을 찾지는 못할지라도 정확하게 길을 찾아가는 방법론은 충분히 축적을 했다는 평가다.

국내 관계자들은 "언뜻 신약개발하면 페니실린처럼 우연 혹은 로또처럼 다가오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선행연구들의 종합이자 통찰"이라고 말한다.

실제 다국적 제약사 BMS 개발자를 역임한 한용해 보건산업진흥원 상임컨설턴트는 '브라질 독사에서 고혈압 약물 캡토프릴의 개발 과정'을 본지 칼럼(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174566)란을 통해 실감나게 그렸다. 이를 요약하면 신약개발은 키를 찾으면 간단히 문을 열수도 있지만, 그 보다 대부분 시행과 착오의 반복, 그리고 그 사이에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었다.

식약처에서 20년이상 독성시험 평가를 담당했던 박귀례 박사도 "전임상 시험의 데이터는 많은 말을 하고 있지만, 신약을 개발해 보지 않은 제약회사들은 전임상 단계를 단순히 통과의례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전임상의 데이터는 더 나은 임상 프로토콜의 기초 설계도"라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말해 사료를 거부한 마우스가 종근당에게 선물로 준 에피소드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신약개발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가슴에 품는다해도 더 넓은 지평이 열릴수 있도록 한계단씩 오를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될성부른 프로젝트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눈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출처>  데일리팜 http://www.dailypharm.com/Users/News/NewsView.html?ID=184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