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동향

로라미신(Lolamicin) : 장내 유익균은 건드리지 않고 유해한 그람음성균만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스마트” 항생제 (2024,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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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24-06-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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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bacteria)은 세포벽(cell wall)의 구조(이중막 여부)와 구성성분(펩티도글리칸의 함량)의 차이때문에 그람염색 (Gram staining)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이에 따라 그람양성균 (Gram-positive)과 그람음성균(Gram-negative)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세포벽의 구조적 차이 때문에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은 대부분의 항생제(antibiotics)에 대한 감응성 차이가 매우 크다. 그람음성균은 세포질막의 바깥에 lipopolysaccharide (LPS)로 이뤄진 촘촘한 외막을 가진 이중세포벽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단일 세포벽을 가진 그람양성균에 비해 항생제의 침투가 매우 어려워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많지 않다.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항생제는 그람양성균만을 억제하거나 (Gram-positive-only antibiotics) 또는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을 동시에 억제하는 항생제(broad-spectrum antibiotics)이며 그람음성균을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 (Gram-negative-only antibiotics)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현재 사용할 수 있는 colistin등의 몇 안 되는 그람음성균 항생제도 장내에 공생(gut microbiome)하고 있는 유익균도 함께 죽이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분포의 불균형 (dysbiosis)를 유발하게 되어 위막성 대장염을 일으키는 유해균인 Clostridioides difficile 균의 발현이 증폭되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Paul J. Hergenrother 교수 연구진은 장내 유익균은 건드리지 않고 유해한 그람음성균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스마트한 항생제인 로라미신(Lolamicin)”을 개발하여 2024년 5월 Nature지에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그람음성균만을 억제하기 위하여 그람양성균에는 없고 그람음성균에만 있는 Lipoprotein transport system인 “Lol system”에 주목하였다. Lol system은 세포내에서 합성된 lipoprotein을 세포 외막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Lol system내에서도 “LolCDE 단백질 복합체”가 lipoprotein 전달의 핵심기능을 가지고 때문에 “LolCDE 단백질 복합체을 저해하는 화합물을 찾기로 하였다. 연구진은 2015년 AstraZeneca에서 120만종의 화합물 라이브러리의 high-throughput phenotypic screening을 통하여 찾아낸 LolCDE 단백질 복합체 저해 화합물인 pyridinepyrazole 화합물 1 pyridineimidazole 화합물 2로부터 연구를 시작하였다. (AstraZeneca는 자신들이 발굴한 화합물들의 만족스럽지 못한 in vivo 활성, 낮은 용해도 문제등으로 더 이상 연구를 진척하지 않았음. 바로가기)

 

그림 1. 로라미신(Lolamicin) 및 AstraZeneca Hit 화합물 1, 2의 구조



 

AstraZeneca의 Hit 화합물 1, 2의 구조를 기반으로 다양한 유도체 화합물을 합성하여“LolCDE 단백질 복합체”에 대한 저해여부, 그람음성균과 그람양성균 및 장내 공생균(gut microbiome)에 대한 활성연구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다제내성 그람음성균에 대해서는 높은 활성을 보이지만 장내 공생균(gut microbiome)은 건드리지 않는 스마트한 신규 항생제인 로라미신(Lolamicin)”을 발굴하였다.

로라미신(Lolamicin)은 130종 이상의 다제내성 박테리아에 대하여 항균활성을 보였으며 특히 대표적 다제내성 그람음성균인 대장균(Escherichia coli),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 Enterobacter cloacae 균들에 대해서는 탁월한 항균활성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람양성균에 대해서는 활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로라미신(Lolamicin)의 또다른 특징은 용해도가 허락하는 최대치의 약량을 처리하여도 장내공생미생물(gut microbiome)의 다양성(diversity & richness) 분포(population)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amoxicillin(broad-spectrum antibiotics) 이나 clindamycin(Gram-positive-only antibiotics) 같은 기존 항생제는 장내 공생균의 다양성 분포가 심하게 손상되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 dysbiosis)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able. 로라미신(Lolamicin)의 대표적 유해 그람음성균 및 장내 유익 공생균에 대한 항균활성 (Spectrum of lolamicin activity against Gram-negative pathogens and gut commensal bacteria)



 

in vivo 활성: 급성폐렴(acute pneumonia) 및 패혈증(septicaemia)에 감염된 mice model을 사용한 in vivo 실험에서 로라미신(Lolamicin)을 투여(100 mpk)한 집단에서는 mice가 100% 회복되었으나 투여하지 않은 군에서는 87%의 mice가 3일이내 폐사되었다.

로라미신(Lolamicin)은 인간 세포주 및 적혈구에 대해서는 거의 독성을 보이지 않았다.

로라미신(Lolamicin)은 아직 인간에서의 실험결과가 없고 저항성 균주가 언제 발현할지 알 수 없어서 상업화가 되기에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기존 항생제의 난제였던 다제내성 그람음성균을 선택적,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장내 공생 유익균을 저해하지 않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생제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작성: 이현규 (한국화학연구원)

참고문헌
  1. A Gram-negative-selective antibiotic that spares the gut microbiome. Nature, 2024. (바로가기)
  2. New antibiotic targets only gram-negative bacteria, sparing the gut. Chemical & Engineering News, May 29, 2024. (바로가기)
  3. Novel Antibacterial Targets and Compounds Revealed by a High-Throughput Cell Wall Reporter Assay. Journal of Bacteriology, 197, No. 10, 1726-1734, 2015. (바로가기)